이제 모두가 늙었다. 스승도 제자도 육신은 노쇠해지고 있다. 그러나 찬란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니 후회는 없다. ‘민족’과 ‘피묻은 그리스도’,‘푸르디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라는 지상명제를 붙들고 살았던 젊은날이었다.
어느덧 스승은 80대가 됐고 영적 제자들은 70대를 향해서 달려간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적어졌다. 인생에서 성공도 거뒀다. 편안하게 남은 삶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슴 속에는 타오르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대로 끝내서는 안된다는 열망이 있다. 마치 85세의 갈렙이 40년 전 가나안땅을 정탐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외쳤던 것과 같이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고 싶다.
다시 불끈 주먹을 쥐어본다. 외친다. “민족의 가슴마다 피묻은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소서.” 격문과 같은 한 마디를 외칠 때 이들의 마음은 마지막 출병을 앞둔 십자군 전사들과 같이 설렌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 김준곤(80) 목사,법무법인 로고스 공동대표 전용태(65) 양인평(64) 장로,칠성산업 대표 두상달(65) 장로. 지난 수십년 동안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로 한국 교회의 중심에서 사역했던 크리스천들이다. 이들은 최근 한 도시를 하나님이 거하는 성소가 되게 하는 성시화운동에 복음의 정열을 불태우기로 작정했다. 1971년 민족복음화 선언을 하면서 한국 복음화 운동의 불을 지핀 김 목사는 “성시화운동을 하면서 하나님 나라에 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김 목사와 함께 사역했던 3명의 장로들은 이에 화답했다. “성시화운동에 저희도 썩어지는 한 알의 씨앗이 되겠습니다.”
1972년 8월 춘천에서 김 목사 주도로 한국 최초의 성시화운동 집회가 열렸다. 이후 잠시 소강 상태에 빠졌던 성시화운동은 1991년 전 장로가 차장 검사로 춘천에 발령을 받음으로써 다시 점화됐다. 춘천의 기관장들이 성경공부를 시작하면서 도시의 분위기를 영적으로 바꾸려는 강한 움직임이 일었다. 전 장로는 춘천 대구 청주 인천 등지로 전근을 갈 때마다 기관장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1995년 춘천지검장으로 다시 춘천에 온 전 장로는 춘천 법원장으로 부임한 양 장로와 함께 본격적으로 성시화 운동을 벌여나갔다. 양 장로도 대전 법원장,부산 고등법원장 등으로 재직하면서 현지에 성시화운동의 씨앗을 뿌렸다. 현재 전 장로와 양 장로는 한국홀리클럽연합회 공동대표를 맡으며 성시화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성공한 실업인으로,한국평신도 운동 지도자로,가정사역가로 활동한 두 장로는 성시화운동의 귀결점은 가정의 회복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부인 김영숙 가정사역원 원장과 함께 전국 각지를 돌면서 가정회복을 외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김 목사의 영적 제자인 이건오(포항선린병원장) 장로는 포항에서 성시화의 비전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김 목사와 이들 장로는 “성시화 운동을 통해 한국 기독교의 생명력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교회’(whole church)가 ‘전 복음’(whole Gospel)을 ‘전 세계’(whole world)에 전해야 한다는 3전(全)운동을 펼칠 때 한국 기독교는 다시 한 번 부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한국은 물론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남미 등 전 세계에 성시화운동의 모델을 전파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전 교회와 모든 크리스천이 힘을 합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민족복음화를 위해 헌신합시다. 그것이 멋진 인생이에요. 우리 인생에서 한 가지 의미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주님께 사용됐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민족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위해 헌신하세요.”
복음의 노병들은 죽지 않았다. “아직 더 좋은 것은 오지 않았다”고 외치며 민족과 세계 복음화라는 더 멋진 것을 위해 인생을 투자하라는 이들 노병은 진정한 청춘의 소유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