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말일 경, 무척 날씨가 무더운 날이었다. 나는 강릉시 초당동 아파트 마을에서 시원한 수박 하나를 사기 위하여 차를 타고 마을의 수퍼마켓으로 향하였다. 마을에는 두 곳의 가게가 있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길이 막히거나, 주차할 곳이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먹을 수박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그 다음 날 새벽, 나는 강릉 남 대천 둔치에서 열리는 '새벽시장'으로 장보러(shopping) 나갔다. 그 시장에는 신선한 야채들과 과일들이 넘쳤다. 그들 중에서 어제 사지 못했던 큰 수박(11.5 kg, 12,000원) 하나를 샀다. 만약 어제 수퍼(super market)에서 그만한 것을 샀다면 15,000원은 지불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어제 사지 못한 것이 득(得)이 되었구나'라고 흥얼거렸다.
그리고 그 새벽시장에서 산 꽤 무거운 수박덩이를 갖고 오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했다.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 일까보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마 6: 28-30)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울 들풀인 백합화조차 솔로몬의 옷보다 더 큰 영광의 옷을 입히시거든 하물며 하나님의 자녀의 입에 양식으로 들어갈 이 수박이야말로 천부(天父)께서 얼마나 정성 들여 생산해 주셨는가를 묵상하며 감격하였다. 그리고 그 수박뿐만 아니라 나를 위하여 이 세상에서 온갖 것을 계속 공급하시고 계신 풍성한 그 은혜의 손길에 경탄했다. 할렐루야! (2004.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