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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철학과성경 |
2004-05-11 15:42:57, 조회 : 1,920, 추천 : 403 |
5. 율곡철학과 성경(요1:1-3,14)
주자(朱子)의 성리설(性理說)의 기본명제는 "역자음양지변 태극자기리야"(易者陰陽之變 太極者其理也)이다. 여기서 역자(易者)는 변화하는 현상이고 태극자(太極者)는 변전하는 현상계의 궁국적 원리이다. 그런데 성리학자로서의 율곡의 철학은 그의 이기관(理氣觀)에서 태극자를 리(理)라하고 역자를 기(氣)라 한다. 그리고 기(氣)의 실재성(實在性), 기(氣)의 전체성(全體性), 기(氣)의 작용성(作用性)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리(理)는 형이상(形而上)이고(天形而上者 自然之理也), 기(氣)는 형이하(形而下)라는(形而下者 自然之氣也) 이기관(理氣觀)에서 기(氣)의 의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의 이기론(理氣論)을 요약하면, 동(動)하고 정(靜)하는 것은 기(氣)이고, 동(動)하게 하고 정(靜)하게 하는 것은 리(理)임으로, 리(理)와 기(氣)가 원래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형이상(形而上)은 자연의 리(理)요, 형이하(形而下)는 자연의 기(氣)라고 함으로 리기(理氣)를 구별하는 것은 자연을 형상.형하(形上.形下)로 분석하는 논리요, 사실에 있어서는 리기(理氣)가 묘합(妙合)한 것을 자연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율곡에 있어서 자연은 형이상학적 (形而上學的) 고찰(考察)의 대상이므로 물리적(物理的) 자연(自然)이 아니며 동시에 형이하학적(形而下學的)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추상적인 자연성(自然性)만을 지시함도 아니다. 그리고 율곡은 현상에 내재화한 리(理)는 한갓 기(氣)의 법칙이나 원인이 아니라 궁극적 원리로 파악하고 있다. 그의 역수책(易數策)을 보면 자연이란 어구가 자주 보이며, 형식논리만이 아닌 사물판단의 주체인 인간의 총명성이 진리를 창견(創見)할 수 있다는 창조의 논리가 특징이다.
요컨대, 율곡의 철학은, 첫째로 성리학에서의 기본명제인 우주의 리기관(理氣觀)을 토대로 태극자(太極者)라는 리(理)의 세계를 인정하여, 우주와 세계를 단순히 물리적 세계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히11:3)(By faith we understand that the world was created by the word of God, so that what is seen was made out of things which do not appear. Hebrews 11:3.)라는 성경의 말씀과 일치하는 부분이 된다. 즉 율곡의 철학의 형이하자(形而下者)와 형이상자(形而上者)는 성경의 '보이는 것'(what is seen)과 나타나지 않는 것(which do not appear)과 대조된다. 따라서 보이는 것(形而下者, what is seen)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는 기본사상에서 성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율곡의 성리학에선 기(氣)에 내재화한 리(理)는 한갓 기(氣)의 법칙이나 원인이 아니라 조화(造化)의 근원이요, 궁극적 원리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神性)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롬1:20) (Ever since the creation of the world his invisible nature, namely, his eternal power and diety, has been clearly perceived in the things that have been made. Romans 1:20)라는 말씀에 비추면, 율곡의 리관(理觀)은 기독교 신앙인이 아니라도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의 창견(創見)을 가능케 한다.
셋째로 율곡의 역수책(易數策)의 천형이상자 자연지리야(天形而上者 自然之理也)의 문맥에서 보면 그의 리(理)는 바로 하늘(天)이다. 율곡의 이 철학관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1:1)(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and the Word was with God, and the Word was God. John1:1)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요1:3)(All things were made through him, and without him was not anything made that was made. John 1:3)라고 한 성경의 말씀(the Word, 로고스, LOGOS)과 천(天)은 상비(相比)된다. 초기 일부 기독교 변증가들이 철학을 복음에 대한 예비단계로 보고, 이 로고스를 희랍철학적 개념(이성, 理性)으로 사용하여 이교도들에게 편리하게 기독교를 소개했듯이, 동양철학에서는 율곡의 천형이상자 자연지리야(天形而上者 自然之理也)에서 리(理)가 천(天)이라는 논리를 로고스(LOGOS)가 하나님(GOD)이라고 한 성경과 비유한다면 철학적 차원에서는 근사(近似)한 소개가 되지 않을까!
넷째로, 초기 일부기독교 변증가들이 고대 희랍철학의 '로고스'의 개념을 도구로 이용했든 것처럼, 율곡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은 난해한 성경의 말씀(the Word, Logos)과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의 개념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유의 할 큰 차이점이 있다. 기독교에 있어서의 말씀 (the Word, Logos)은 단순히 조화(造化)의 궁극적 원리가 아니라 인격적신(人格的神)이며 창조주(創造主, Creator)자신이다. 그리고 율곡철학에서의 천(天), 리(理)는 형이상자(形而上者)로서의 성격의 불변성과 만물은 리(理)의 생산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철학이지만, 기독교에서는 인자(人子)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은 말씀(the Word, Logos)의 피조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창조주이신 말씀(the Word, Logos) 자신이 직접 성육신(成肉身, came flesh, Incarnation)하신 것이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형이상적(신성, 神性) 및 형이하적(인성, 人性)인 일원적양성(兩性, 신성과 인성)의 신인적 존재(the God-man)이시다.(요1:14)
부록
율곡의 깨달음과 죽음
다음 글은 저희 e.mail 주소로 보내온 블로그진(center@infomail.co.kr) 제232호(2004.11.27) '삶의 씨앗. 짧은말씀, 깊은 생각'의 글입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깨끗이 살고 깨끗이 죽게 하소서.
믿음과 사랑으로 살고
믿음과 사랑의 줄을 잡고 죽게 하소서.
살 때 죽음을 이기는 삶을 살게 하시고
죽을 때 내 삶이 죽음에 모두 삼켜 지지 않게 하소서.
살거나 죽거나 예수님 안에서
죽지 않는 참 삶을 살게 하소서.
오늘의 말씀
율곡의 깨달음과 죽음
유동식은 한국적인 삶과 정신을 펼친 대표적 인물로 원효,
율곡, 함석헌을 들었다. 세 사람 다 자기 종교를 가졌으나
다른 종교 사상에 열린 자세를 가졌고, 사상과 실천을 아우
르는 종합적인 사상가였다.
율곡은 과거시험에서 아홉 번 장원을 했던 조선의 대표적
유학자였다. 어머니 신사임당에게서 학문을 배웠으며 16세에
어머니가 죽자 19세에 산에 들어가 불교를 공부했다. 산에서
참선하는 고승을 만나 “불가의 묘한 이치는 우리 유가에도
있다.”고 하자 노승은 “색을 초월하고 공을 초월했다는 말
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고 물었다. 율곡이 「중용」에
“소리개는 하늘에 떠돌고 물고기는 물에서 뛰논다고 하였으니
같은 뜻이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이 소리개처
럼 자유롭게 하늘에 떠돌고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물에서 뛰논
다고 풀이함으로써 마음의 자유로운 경지를 보였다.
스물이 채 안 되는 젊은 나이에 율곡은 이미 유교와 불교를
꿰뚫는 깊은 깨달음에 이르렀다. 나이 50이 채 못 되어 죽음을
맞는 모습도 의연하고 당당하다. 율곡이 세상을 뜨기 이틀 전에
바람과 눈보라가 몹시 일어 기왓장이 깨지고 날아갈 정도였다.
율곡은 베개를 안고 일어나 무릎을 꿇고 바로 앉아 “무슨 바람
이 이렇게도 세게 부느냐?”고 묻자 제자 유경이 “과히 걱정하
실 것 없습니다. 우연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율곡은
"내가 본래 생사에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니 나도 우연히 물어본
것뿐이다.”라고 대답했다. 임종 때는 일어나 앉아 자리를 바로
잡고 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의건을 바로 잡고 깨끗이 세상을
떴다. 여러 차례 재상을 지냈으나 남긴 재물이 없어서 친구의
수의를 빌려 입고 묻혔다고 한다.
한국에 기독교인들이 많지만 율곡처럼 깨끗하고 당당하게 죽는
이가 얼마나 될까? 깨끗이 죽는 이는 삶도 깨끗이 살았을 것이
다. 살고 죽는 일에 원칙과 윤리가 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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