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역사의 심판
▣목차
1. 일본총리의 망거
2. 조센진의 치욕
3. 그리스도의 영광
4. 역사의 심판
요절 : "자기 양심이 화인(火印) 맞아서 외식함으로 거짓말하는 자들이라(딤전4:2)
1. 일본총리의 망거(妄擧)
일본 고이즈미(小泉)총리가 아시아 각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1년 8월 13일 오후 도조히데키(東條英機, 1945년 종전 당시의 내각총리대신)를 비롯한 A급 전범(戰犯)들이 합사(合祀)되어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주1) 기습적으로 참배했다.(참고: 동아일보.2001.8.14, 제24902호 A1,A3,A12)
이 참배에 대하여 아시아 각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공인(公人)인 일본총리(Prime minister)가 전범들의 위패(位牌)에 참배한 망거(妄擧)는, 오늘날의 일본정부가 전범들의 범죄를 부인하고 또 그들의 침략전쟁을 그들의 국수주의적 역사관에 의하여 정당화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이즈미(小泉)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역사교과서 왜곡사건과 함께 일본의 새로운 군국적 팽창주의의 징조로, 아시아 평화에 먹구름이 되고 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올바른 세계사적 역사안목이 없는 고이즈미(주2)가 일본열도의 지도자로 등장되어, 일본국민 80%의 열풍적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참고: 2001.8.11, 20:00-21:00, 광복절 기획 KBS 스페셜- 일본을 보는 두 가지 테마(2). 고이즈미 열풍) 그러므로 이런 고이즈미의 나라 일본과 선린관계(善隣關係)를 유지해야 할 아시아(Asia)의 앞날이 어둡다.
2. '조센진'의 치욕(恥辱)
2001년 8월 11일, 일본 도쿄(東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앞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2001. 8. 15 예정)를 반대하기 위한, 연좌농성을 하려던 한국 태평양 전쟁희생자 유족회원들을 향하여, 일본 우익세력을 대표하는 자들이, "조센진 물러가라"고 외치며 위협하였다.(참고: 동아일보. 2001. 8. 13, 제24901호 A1, A5) 이들이 내뱉는 '조센진(朝鮮人)'이란 말은, 일제 식민지시대(1910-1945)때 일본사람들이 한국사람(당시 조선인)을 일본인(나이찌진, 內地人)과 구별하는 멸시의 호칭이었다. 그러므로 이들 일본사람들이 외친 '조센진'은, 지금도 일부 극우세력의 의식 속에 우리 한국 사람들을 그들의 식민지 노예로 압박했던 시대의 지배의식이 잠재해 있다는 증거이고, 우리에겐 참을 수 없는 치욕의 아픔이다.
3. 그리스도인(Christian)의 영광
우리는 일본 극우세력들이 경멸하는 '조센진'이지만 그들이 세계 제일이라고 그릇된 자부(自負)를 하고 있는 '일본인'보다 더 자랑스러운 그리스도인 이다. 그 귀한 이름의 내력은 다음과 같다.
수리아에 있는 안디옥(Antioch)은 로마제국의 3대 웅도(雄都)의 하나였다. 그곳에 있는 안디옥교회는, 초대 "예루살렘"교회의 일곱집사중 한 사람이었던 스데반(Stephen)이 박해를 받을 때(행6-7장), 신자들이 안디옥으로 피난 가서 전도하여 세운 이방인 교회의 효시(嚆矢)이다.(행11:20-23) 바로 이 교회에서 제자들이 최초로(비로소) 그리스도인(Christians)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다.(행11:26) 전설에 의하면 나사렛사람(Nazarene)이라는 명칭과(주3)함께(요1:46. 마2:23, 막1:24)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도 천시하는 호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다.(행26:28) 그러나 처음은 비록 조롱의 말로 쓰였다 할지라도, 이후 교회는 물론 성경에서도 이 호칭을 자랑과 영광의 이름으로 사용했다. 즉 성경은, "만일 그리스도인으로 고난을 받은즉 부끄러워 말고 도리어 그 이름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라고 하였다.(벧전4:16)
4. 역사의 심판
오늘날 우리는 이미 '조센진'이 아니다. 세계 속의 당당한 한국인(Korean)이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적으로(조선 왕조의 나라) 분명히 조선인(朝鮮人)의 후예이고, 한때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겨 일본인 들의 식민지 국민이 되어 부끄러운 조센진(朝鮮人, 조선인의 일본어)으로 천대 받았던 분들의 자손이다. 그 치욕스런 '조센진'의 이름은 우리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반갑지 않은 유산일 수도 있다. 그 뿐이랴. 국토분단이란 피빚(血債, 6.25전쟁)도 우리의 몫이 되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그 치욕의 이름을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그 조센진의 후손이 당당한 '한국인'으로 온전히 거듭나, 새 시대엔 세계인의 본(本,example)이 되자.
그리고 일본의 고이즈미(小泉)들(일본의 극우세력을 지칭하는 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그들의 우(愚)를 범하지 말자. 그들은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는 것이 자학사관(自虐史觀)이고, 그 진실을 가리우는 것(역사왜곡)이 일본을 일으키는 자유사관(自由史觀)이란 전도된 가치관에 빠져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고 있지 않은가. 그 우매(愚昧)와 화인(火印)맞은 그들의 양심을 일깨우기 위하여,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받은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의 빛을 더욱 비추며, 그들을 위하여 날마다 기도의 제단을 쌓자.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길이며 의무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하셨다.(마5:44) 그러나 일본인이 끝내 회개하지 않으면 그들에게도 역사의 심판은 임박할 것이다.
-주 1 : 야스쿠니신사란
1869년 메이지(明治) 천황 시절 일본군인들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도쿄(東京) 쇼콘샤(招魂社)’가 전신이다. 1879년 야스쿠니신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침략전쟁 제2차세계대전 등에서 숨진 군인과 군속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보관돼 있다. 부지가 3만평이나 되며 ‘일본 육군의 아버지’ 오무라 마스지로(大村益次郞)의 동상, 가미카제 돌격대원의 동상, 유슈칸(遊就館)이라는 일종의 전쟁박물관 등이 함께 있다.
제국주의 시절에는 군국주의 확대정책을 종교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으며 천황숭배와 군국이념을 조장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에 진주한 미국의 맥아더 사령부는 야스쿠니신사와 국가와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국영 신사라는 특권적 지위를 박탈했다.
78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제2차세계대전의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合祀)되면서 총리나 각료의 참배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제의 침략을 당한 국가들은 일본 총리가 전범 위패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으나 일본의 보수우익세력과 유족회 등은 총리의 공식참배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가 공식 참배하자 한국 중국이 거세게 항의했으며 이후 총리의 공식 참배는 없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자료:동아일보.2001.08. 14, 화요일, 제24902호, A3)
-주 2 :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관련 발언일지
(자료:동아일보.2001.08.14, 화요일, 제24902호, A12)
-주3, 나사렛사람(Nazarene)
나사렛사람이라는 칭호는 오늘날 주로 유대교도 및 회교도 쪽에서
기독교도를 지칭하는 말임.
▣부록
고이즈미의 참배 이후 (동아일보
사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마침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8·15를 피해서 참배, 한국과 중국
같은 아시아 나라의 날카로운 감정을 다소 비켜서려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이즈미 총리가 ‘밖’(외교)에서 마찰을 빚고 손해 보더라도 ‘안’(내정)에서
남기자는, 이웃나라와의 관계보다는 일본 국민의 인기를 확보하자는
의도임이 확인된 셈이다.
일본은 당장 가을에 인접국과 여러 갈래의 외교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연례적인 한일 정상회담이 있고, 유엔총회에서의 한일 협력 문제도 있다. 중국과도 10월에 상하이(上海)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문제 등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굳이 한중의 강력한 비판과 경고를 무릅쓰고 전범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를 찾아가 ‘총리로서 마음을 담아’ 참배한 것은 주목거리다.
일본의 45년 패전 후 처리는 독일 등과는 전혀 달라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독일의 경우 스스로 10만건 이상의 나치 전범 용의 사안을 조사하고 6000건 이상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전승국 프랑스조차도 비시정권기의 자국 관료와 민병을 ‘인도(人道)에 어긋나는 죄’로 심판했다. 그러나 일본은 일제군국 전범에 대해 단 한건도 제 손으로 처단 심판한 적도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 일본 내 양심세력조차 그런 ‘애매한 일본’을 비판해 왔다.
이제 그 무책임하고 ‘애매한 일본’이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단호한 일본’이 되어 일본도(刀)를 빼드는 형국이다. 교과서를 왜곡하고 총리가 앞장서서 전범을 추모하는 것이 그 증빙이다. 이번에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 담화에서 “오늘 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그 같은 (야스쿠니 영령들의) 존귀한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생각한다”고 한 그것은 바로 우익들이 부르짖던 소리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대중과 정치 리더의 우경화는 분명 위태로운 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98년 10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가 밝힌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도 그 참된 의미가 구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의 ‘역사 역행(逆行)’을 제어하는 국제적인 공동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안인 역사교과서왜곡, 남쿠릴열도 꽁치조업 문제 등에도 빈틈없이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일외교가 시험대에 섰다.
(자료 : 동아일보. 2001.08.15, 수요일,제24903호,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