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다"

47. 가뭄의 묵시(默示)

▣ 목차

1. 최악의 가뭄

2. 세종대왕의 기우제

3. 성경의 가뭄 메시지

4. 가뭄의 묵시(맺음말)

◈부록: 기우제 이모저모

▣ 본문

요절 :그러므로 너희로 인하여 하늘은 이슬을 그쳤고 땅은 산물을 그쳤으며..."(학1:10)

1. '최악의 가뭄'( 신문보도 내용)

기상 관측 이후 최악의 가뭄, 하늘도 마르고 땅도 말랐다. 올 봄 들어 계속된 가뭄이 3개월을 넘기면서 전국의 들녘이 불타고 있다. '마른 하늘'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가슴에 피 멍이 든다. 갈가리 찢어진 논바닥 밭 두렁은 차라리 황무지를 연상케 한다. 뿌연 먼지에 휩싸인 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퍼석퍼석 무너져 내린다. 하천은 시뻘건 바닥을 드러내며 돌아 누었다...(동아일보,2001.6.9,제24846호,A1에서)

또 신문은 전국 50개 시.군의 저수지가 '바닥'이 났고, 논 8,173ha가 모내기를 실기했고, 밭 7,932ha에 파종한 씨앗이 싹트지 못했고, 35,366ha의 밭 작물의 파종이 실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동아일보,2001.6.9,A30)

2. 세종대왕의 기우제(祈雨祭)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세종 8년(1426년)무렵에 심한 가뭄이 온 나라를 태웠다 한다. 세종대왕은 18일간이나 앉아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원구단(圓丘壇, 고려 때부터 천지를 제사하는 단. 현재의 조선호텔의 구내)에서 다음과 같은 제문(祭文)을 올리며 기우제를 올렸다.

"아 ! 무더움이 극심하여 두려움이 내 마음을 태우노라. 나의 덕(德)이 바르지 못해 상제(上帝)께서 크게 노하셔서 엄한 경고를 내리시는 것이니 스스로 반성하고 꾸짖노라. 혹 형벌(形罰)과 옥송(獄訟), 부역(賦役)에서 백성의 원한은 없었는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본다. 아 두렵도다! 밤마다 염려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니 어찌 할 바를 모르겠도다. 과실과 죄를 용서해 주시고, 비가 세차게 퍼 붓도록 해 주소서. 그리하여 마른 초목(草木)을 소생케 하고 억조창생(億兆蒼生)이 모두 화목하게 될 수 있도록 하소서.

[참고: 동아일보, 제24835호, 2001.5.28,Sports C3,'文化가 흐르는 漢字',鄭錫元교수(한양대)]

이 글에서 필자는 세종대왕의 뜨거운 경천애민(敬天愛民)의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세종대왕은 진실로 우리민족이 길이 자랑할 성군(聖君)이셨다.

3. 성경의 가뭄 메시지

(1) 다윗시대의 기근

다윗시대(B.C.1000년경)에 가뭄으로 기근이 3년간 계속되었다. 다윗이 여호와 앞에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이는 사울과 피를 흘린 그 집을 인함이니 저가 '기브온'사람을 죽였음이니라."하셨다. 이 말씀은, 여호수아가 가나안 정복할 때 기브온 사람들에게 속아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 그들과 화친해 기브온 사람을 살릴 것을 언약했다.(수9:1-17) 그런데 사울이 이스라엘과 유다 족속을 위한 열심으로 기브온 사람을 죽였다.(삼하21:2) 사울의 죄로 가뭄의 저주가 온 것이다. 다윗은 이 사울의 속죄를 위하여 기브온 사람들의 요구대로 사울의 자손 일곱을 죽이도록 기브온인들에게 넘겨주었다. 기브온 사람들은 이들을 사울의 고향 기브아(Gibeah, 삼하21:6)에서 목 베어 죽였다. 그제서야 비가 쏟아졌다.(삼하21:10)

(2) 아합시대의 가뭄

아합(Ahah)왕(북왕국7대, 재위 B.C.874-853) 때 이스라엘 온 땅에 큰 가뭄이 덮쳤다.(왕상17:1, 약5:17) 이 때 그릿(Cherith)시내가 마르고(왕상17:7) 온 산천의 샘물이 숨었으며 하늘은 삼년 반 동안 비를 내리지 않았다. 아합 왕과 온 백성과 가축들이 심한 기갈(飢渴)의 고통으로 신음하였다. 견디다 못한 아합 왕은 궁내대신 오바댜(Obadiah)를 불러 말하기를, "이 땅의 모든 물 근원과 모든 내로 가자 혹시 꼴을 얻으리라 그러면 말과 노새를 살리리니 짐승을 다 잃지 않게 되리라."고하였다.(왕상18:5) 아합이 물을 찾아 산천을 헤매다가 오바댜의 주선으로 선지자 엘리야를 만났다.(왕상18:6-17) 아합이 엘리야를 만나자 호통을 쳤다.

아합 : "이스라엘을 괴롭게 하는 자여 네(놈)이냐?"

엘리야: "내가 이스라엘을 괴롭게 한 것이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아비의 집이 괴롭게 하였으니 이는 여호와의 명령(Commandments)을 버렸고 당신이 바알(the Baals)들을 좇았기 때문이요"

이 대답을 한 후 엘리야는 아합에게 요청하여, 온 이스라엘과 이세벨(Jezebel, 아합의 왕비, 왕상16:31)의 상에서 먹는 바알의 선지자 450인과 아세라의 선지자 400인을 갈멜산에 불러놓고 하나님의 불의 능력을 보인 후 기손(Kishon)강에서 다 죽였다.(왕상18:19-40) 그 후 엘리야는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려 온 이스라엘에 비를 내려 땅이 열매를 맺게 했다.(왕상18:41-46, 약5:17-18)

(3) 여로보암시대의 지역적 가뭄

유다왕 웃시야(10대, B.C.767-739)시대 곧 이스라엘의 여로보암(13대,B.C.782-753)시대에 이스라엘은 성전의 제사와 십일조를 드리는 일은 게으르지 않았으나 이것들은 위선일 뿐 그들이 마음은 하나님을 떠나 있었고(암4:4-5), 이스라엘은 기근과 가뭄으로 고통받았다. 이때 하나님은 아모스(Amos, B.C.767-745)선지자를 보내사 이들에게 말씀을 보내셨다.

"내가 너희 모든 성읍에서 너희 이(齒)를 한가하게 하며 너희 각처에서 양식이 떨어지게 하였으나 너희가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였느니라. 또 추수하기 석 달 전에 내가 너희에게 비를 멈추어 어떤 성읍에는 내리고 어떤 성읍에는 내리지 않게 하였더니 땅 한 부분은 비를 얻고 한 부분은 비를 얻지 못하여 말랐으매 두세 성읍 사람이 어떤 성읍으로 비틀거리며 물을 마시러 가서 만족히 마시지 못하였으나 너희가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 하였느니라."고하셨다.(암4:6-8)

아모스의 예언에 귀먹은 이스라엘은 그로부터 20여년후 앗수르(Asshur)에게 멸망 당하였다.(B.C.722, 왕하17:1-6, 24, 18:11)

(4) 예레미야 시대의 가뭄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할 위기가 닥아 올 무렵 유대 땅(예루살렘)에는 큰 가뭄이 덮쳤다. 예레미야(B.C.629-586)선지자는 그 정경(情景)을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

"유다가 슬퍼하며 성문의 무리가 곤비하여 땅에 앉아 애통하니 예루살렘의 부르짖음이 위에 오르도다.

귀인들은 자기 사환들을 보내어 물을 길으라 하나 그들이 우물에 갔어도 물을 얻지 못하여 빈 그릇으로 돌아오니 부끄럽고 근심하여 그 머리를 가리우며,

땅에 비가 없어 지면이 갈라지니 밭 가는 자가 부끄러워서 그 머리를 가리는 도다.

들의 암 사슴은 새끼를 낳아도 풀이 없으므로 내어 버리며,

들 나귀들은 자산(자山, bare heights, 나무가 없는 붉은 산)위에 서서 시랑같이 헐떡이며 풀이 없으므로 눈이 아득하여 하는 도다."(렘14:2-6)

이때의 유다의 가뭄은 하나님의 말씀의 가뭄(하나님의 말씀을 버린 탓)에서 온 것이다.(참고:호4:1-3, 6-8) 마침내 예루살렘은 바벨론(Babylon)에 의하여 멸망당하였다.(왕하25:8-12)

(5) 스룹바벨 총독시대의 가뭄

유다(예루살렘)가 멸망(B.C.586)한 해로부터 60여년후 바벨론을 멸망시키고(B.C.538) 신흥제국으로 부상한 바사(Persia)의 다리오 왕(Darius,B.C.522-486)때 유다는 바사제국의 한 속방(屬邦)으로, 유대인 스룹바벨(Zerubbabel, 마1:13, 눅3:27)이 유대 총독이었고, 여호수아(Joshua)는 대제사장이 였다.(학1:1) 이때도 하나님께서 큰 한재(旱災, 가뭄)를 불러 유대 땅에, 산에, 곡물에, 새포도주에, 기름에, 땅의 모든 소산에, 사람에게, 육축에게, 손으로 수고하는 모든 일에 임하게 하셨다.(학1:11) 이때 하늘은 이슬을 그쳤고 땅은 산물을 그쳤다.(학1:10, 참고:렘5:24-25) 하나님께서 이 한재(가뭄)를 보내신 뜻은 다음과 같다.

스룹바벨이 바사(Persia)왕 고레스(Cyrus, 재위 B.C.546-529) 원년(B.C.538)에 고레스의 왕명으로 예루살렘에 귀환하여(B.C.538년경) 성전을 건축하려 하였으나 사마리아인들의 방해로(스4:1-24)성전재건이 여의치 못하자 성전을 폐허로 둔 채 자기들은 판벽 한 집(板壁, Paneled house, 지붕과 벽에 조각한 판을 붙인 화려한 집)에서 안연히 살고 있었다.(학1:4) 이때 하나님은 한재(가뭄)로 유대를 경고하셨고, 또 선지자 학개(Haggai, B.C.520)와 스가랴(Zechariah, B.C.520)를 총독 스룹바벨(Zerubbabel)과 대제사장 여호수아(Joshua)에게 보내 예언(가뭄의 이유)을 주셨다.(스5:1, 학1:1, 슥1:1) 이에 스룹바벨이 다리오 왕 2년(B.C.520) 6월 24일에 성전재건의 역사(役事)를 시작하여 다리오 왕 6년(B.C.516)에 성전 건축을 완성하였다.(스6:14-15)

4. 오늘날의 가뭄의 묵시(맺음말)

근간의 우리나라의 가뭄은 근 90년만의 대 한재(大旱災)로 보도되고 있다. 이 가뭄은 단지 농업분야의 생산물의 피해 뿐만 아니라 공업용수, 생활용수의 고갈을 초래하여 우리 산업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나아가 국민의 식생활(생존)도 위협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 한재(가뭄)를, 무신론적인 자연과학적 지식에서 보면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 소위 천재(天災)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필자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감지되는 몇 가지 묵시(默示)를 전하고자 한다.

묵시1 : 자연(환경)파괴의 보복(경고)

오늘날 인간의 자연훼손으로 인한 전 지구적 현상인 온난화(溫暖化)와 오존층의 파괴(Mechanism of Ozone layer depletion)등이 야기시키고 있는 기상 이변으로, 대홍수, 폭풍우, 가뭄등이 빈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즉 이런 자연 재난은 인간위주의 문명발전(?)을 위하여 인간들이 자연의 질서를 파괴한 결과로 받는 자연의 반응으로서의 보복인 것 같다. 그러므로 전 인류(모든 나라)들은 앞으로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적 문명창조에 전력을 기우려야 한다. 이것은 우리와 우리자손의 생존문제이기 때문이다.

묵시2 : 치수정책(治水政策)의 반성(反省)

자고로 치수(治水)는 경국지대도(傾國之大道,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대도)라고 한다. 고대문명의 발상지가 큰 강물의 유역에서 일어 났고. 물을 잘 다스리는 나라와 백성이 융성했다. 오늘날도 많은 나라들은 그 나라의 하수(河水)를 잘 조절하여 홍수와 가뭄의 재해를 예방하고, 또 물로 발전(水力發電)을 하며, 농경에 이용하고,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수로(水路)는 교통로(交通路)로 이용하는 등 치수(治水)를 국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이짚트(Egypt)의 아스완 댐(Aswan Dam, 1902-1933)건설과 미국의 테네시강 유역의 개발공사(工事)(참고: TVA, 1933)등의 수리정책(水利政策)은 그 대표적 실례이다.

금년(2001년)에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가뭄의 고통도 미리 현명한 치수정책으로 평소 많은 저수량을 확보해 놓았더라면 그 피해를 많이 감소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 강수량의 10%-20%정도만 현재 저수되고 있고 80%이상은 그대로 흘려 보내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물은 대체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자원(경제재)이자 생명의 근원"이므로 물1ℓ을 버리는 것은 땀 1ℓ로 번 돈을 버리는 것과 같은 날이 곧 닥아 올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더구나 2011년경엔 우리나라의 물 부족량이 근 20억톤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부터 온 국민은 물을 아끼는 생활습관을 기르고(주1) 정부는 친환경적인 많은 댐(Dam)과 저수시설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일만 톤의 물은 일만 톤의 원유보다 부러운 재화(Commodities)가 될 것이다.

(주1) 국가별 1인당 하루 물 사용량(ℓ)

독일(132), 덴마크(246), 프랑스(271), 영국(323), 일본(357), 이탈리아(383), 한국(395), 호주(480), (자료:동아일보,2001.6.9,제24846호,A3)

묵시3 : 공의(Justice)의 회복

성경의 메시지(참고: 목차3)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의 묵시는, 가뭄이 한 방법이셨다. 즉 전능하시고 사랑이 무한하신 하나님은 이스라엘(하나님의 백성)을 죄 가운데서 회개시켜 속히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간절하신 묵시(默示)의 메시지로 가뭄(drought, 자연 현상)을 이용하셨다. 오늘날도 큰 가뭄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보내시는 사랑의 묵시의 메시지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세종대왕의 마음으로 천도(天道)를 두려워해야 하고, 우리 1000만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와 자신의 죄를 회개(기도)하며 하나님에게로 온전히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아-멘. (2001. 06. 14)

▣ 부록

○ ‘거북등’ 논…안타까운 農心

올 봄 들어 계속된 가뭄이 3개월을 넘기면서 전국의 들녘이 불타고 있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바닥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가슴도 갈가리 찢어진다. 모판의 모를 매만지는 농심(農心)이 안쓰럽기만 하다. 당분간 비소식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기상청의 예보. 아직도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민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포천〓전영한기자>

(자료 : 동아일보. 2001.06.09,토요일,제24846호,A1)

○ 김대중 대통령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다"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1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반도체 부품공장인 ASE코리아를 방문해 근로자들과 대화하면서 가뭄으로 인한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대통령은 “지금처럼 비가 안 오고 무더운 날씨에는 농민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답답한 심정일 것”이라며 “나도 매일 하늘을 쳐다본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MBC TV의 가뭄 특별생방송 ‘타는 들녘에 물을 보냅시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뭄은 천재(天災)이지만 사람의 노력에 따라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가뭄 극복에 모두가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자료 : 동아일보. 2001.06.12,화요일,제24848호,A2)

○[김주영의 지상 기우제] 하루빨리 비를...

▶ 자료 : 중앙일보

▶ 게재일 : 2001년 06월 11일 05面(10版)

▶ 글쓴이 : 김주영

하늘을 우러러 우리 모두 비가 오시길 간구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
예부터 비 오거나 볕 나거나 덥거나 추운 것, 그리고 삼라만상이 살찌고 여위는 것은 대체로 하늘보다 사람의 몽매함으로 비롯된다 하였습니다. 평소에 하늘의 보우(保佑)를 형용(形容)의 절묘함과 수사의 치레로 기구해 왔으나, 정작 우리들의 허물과 탓을 되돌아보는 것에 소홀하였습니다.

헐뜯고 모함하고 거짓말하는 일에는 몰두하였으나 먹고 마시는 것의 마땅함을 가리지 않았고, 쓰는 것과 버리는 것을 침착하게 가리지 못했던 아둔함을 되돌아보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간사하고 아첨하고 제 몫을 챙기는 일에 자제력을 잃었던 경박함과 방자함에 대한 자기견책도 게을리했습니다.

조선 초기의 문신 변계량(卞季良)의 말처럼, 하늘이 바로 만물의 아버지인 것을 잊어버린 반편이 바로 우리들이었습니다.

비와 이슬이 내리면, 만물이 소생하고 번영한다는 간단한 이치를 저버린 과문(寡聞)과 몽매가 우리들한테 있습니다. 한낱 벌레가 죽게되어도 덩달아 인걸도 간데 없어진다는 생태의 순리와 이치를 깨닫는 일에 미흡하고 게을렀습니다.

젖은 흙에 씨앗을 박아야, 비로소 껍질을 박차고 나와 움터서 한량없는 푸름과 결실로 찌든 삶을 비옥하게 가꿔 준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개여울이나 봇도랑에서 헤엄치는 피라미와 붕어가 우리들의 상상력과 꿈과 감성을 키워주고 유지해주는 유일한 보배였던 것을 대수롭잖게 알았습니다.

배척과 조급함, 증오와 은폐가 난무해 인간이 일찍부터 소망해온 고상한 용모가 훼손돼 버린 것도 모두 하늘의 권고(眷顧)를 한낱 초개처럼 여긴 우리들의 오만과 편견 탓입니다.

물을 물쓰듯 하면서도 한재가 닥쳤던 지난 날을 기억하지 않았고, 태어날 때부터 섭생에 익숙하게 길들여졌으면서도 정작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사람의 뼈 속 깊이 스며든 고통과 좌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늘의 너그러움이 어찌 우리들의 척박한 삶을 끝내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물은 우리들 열등한 육체에 유장한 순환의 힘과 열정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혜의 원천이었고, 각성과 기특함을 부여했습니다.

더위에 지쳐 기갈든 길손에게 버들잎을 띄운 물사발을 건넸던 것은 우물가에서 생겨난 아녀자들의 지혜였고, 달이 뜨는 밤이면 마을의 원로들이 오순도순 논두렁에 모여 앉아 담뱃불을 나누고 세상물정을 얘기하며 먼 곳으로 길 떠난 이웃의 논밭에 먼저 물을 대주곤 했던 것은 나눔과 베푸는 것의 은혜를 터득한 결과였습니다.

우리들을 꾸짖고 책망하되 삼라만상이 모두 제각기 온전한 모습으로 눈을 뜨고 활개를 뻗어 기백을 되찾게 마련하시고, 우리의 아이들이 맑은 냇물에서 자맥질하고 반두질하고 명멸하는 반딧불이와 놀아서 어린 날의 꿈을 키우며 자라나게 은혜를 베풀어주소서.

상극이어서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다시 화해하는 계기를 만들었을 때 우리는 물꼬를 트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처럼 거북등처럼 갈라진 사래 긴 논밭에 꿀과 같은 물이 스며들어 넘치게 물꼬를 터 주소서.

그리하여 우리들 삶의 무게중심이 호들갑스럽게 이동해 단절과 혼돈을 겪어야 한다는 치명적인 두려움에서 깨어나게 하소서. 우리들의 삶이 모두 하늘의 은혜와 배려로 비롯되고 있음을 오늘에야 뼈아프도록 깨닫는 미욱함을 보살펴 주소서.

검약함을 모르고 오만과 허세에 마비되고 함몰해 나날이 매몰차고 각박해지는 인심을 오직 남의 탓으로만 돌린 죄과가 없지 않습니다.

물이 바로 꿀이라는 것을 몰랐던 숙맥이었습니다. 맑은 하늘이 그토록 맑고 빛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은혜가 이토록 간절한 것도 절도와 통찰력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부박한 삶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두를 끝끝내 외면하시면 우리들의 생명은 가까스로 지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희망은 아득합니다.

하늘이시여, 이제 무릎 꿇고 순천(順天)하겠사오니 비를 내리소서.

김주영 <작가>

○ 기우제

▶ 자 료 : 중앙일보

▶ 게 재 일 : 2001년 06월 09일 06面(10版)

▶ 글 쓴 이 : 배명복

단군신화에서 환웅은 풍백(風伯) 과 우사(雨師) 와 운사(雲師) 를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로 내려온다. 세 신 모두 비와 관련된 신들이다. 유사 이래 위정자의 비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이었다.

『삼국지』「위지 동이전」에는 "옛 부여의 풍속에는 비와 가뭄이 고르지 못하고 오곡이 익지 않으면 허물을 왕에게 돌린다" 고 기록돼 있다. 고대 중국에서 왕은 우사 즉 '레인 메이커(rain maker) ' 의 권능을 겸했다. 제때 비가 오지 않아 한발(旱魃) 이 들면 왕은 벌을 받고, 심지어 퇴위까지 논의됐다.

가뭄이 들면 국왕부터 근신하는 것은 왕조시대의 오랜 전통이었다. 왕은 정전을 피해 밖에서 정무를 보았고, 수라의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 덕이 부족해 정치를 잘못한 탓에 하늘이 노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뭄이 들면 또 억울하게 벌을 받는 백성이 없도록 심리를 철저히 하고,가난한 백성을 구제했다.

백성들에게는 도살을 금하고 술과 풍악을 삼가도록 했다. 양산이나 모자를 쓰거나 부채질 하는 것도 금지됐다. 양산은 강우를 막고, 부채는 구름을 쫓는다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모두 하늘의 노여움을 풀기 위한 노력이었다.

기우제(祈雨祭) 는 궁중의 연례행사였다. 『왕조실록』을 보면 조선시대 태종의 경우 18년 재위 기간 중 기우제에 관한 기록이 없는 해는 즉위 3년째가 되던 1403년 한 해뿐이었다. 해마다 두세 차례, 심지어 어떤 해에는 아홉 차례나 기우제를 지냈다.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전승되는 기우제는 1백50여종이나 된다. 밤중에 산 위에서 장작을 태워 연기를 피워올리는 유형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신을 모독하는 유형도 있다.

개를 잡아 그 머리를 연못이나 강에 던져 넣어 물을 더럽히면 이를 씻어내리기 위해 하늘이 비를 내린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불상을 뙤약볕 아래 내다놓거나, 프랑스에서 성자(聖者) 상을 물에 집어 넣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강수량이 평년의 30%에도 못미치는 극심한 가뭄이 두 달 이상 계속되면서 저수지가 말라붙고 논과 밭이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지고 있다. 남한만 아니라 북한도 '천년만의 왕가뭄' 으로 최악의 식량난이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관정을 뚫고 양수기와 급수차를 동원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력으로 안되니까 전국 각지에서 기우제가 줄을 잇고 있다. 지금까지 지낸 기우제만으로도 감복할 만한데 여전히 하늘은 뜨겁고 대지는 메말라 있다. 정말 하늘이 노한 걸까. 배명복 논설위원 <bmbm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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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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